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20% 높게 책정하면 환경비용을 연간 4조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경유는 휘발유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러한 가격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동안 경유는 화물차 등 상업용 운송수단에 주로 쓰이는 연료로 취급돼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돼 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저렴하게 형성되는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경유차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저렴한 가격이 오히려 경유차 이용을 늘리고 환경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제시된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경유와 휘발유 간 가격 격차를 아예 반전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20% 높은 수준으로 책정할 경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 등을 포함한 환경비용이 연간 4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경유 소비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다른 연료나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촉진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가격 조정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물류업계와 자영업자 등 경유차 의존도가 높은 계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화물차, 버스 등 상업용 차량 상당수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곧바로 물류비 상승과 서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실제 가격 체계 개편이 이뤄지기까지는 관련 업계와의 협의, 단계적 적용 방안 등을 둘러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안은 국책연구기관 차원에서 나온 분석인 만큼, 향후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유와 휘발유 간 가격 격차 문제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논쟁의 대상이 돼 왔으며, 환경비용과 서민 부담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될 전망이다.